배우자의 오래된 습관이 갑자기 미워질 때, 그 마음의 정체
이 글의 핵심
배우자의 오래된 습관이 갑자기 미워지는 것은 습관이 변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잔고가 변해서다. 습관은 관계의 리트머스 종이로, 잔고가 넉넉할 때는 그 사람답다고 읽히던 행동이 잔고가 바닥일 때 배려 없음의 증거로 재판정된다. 말하지 못한 서운함이 가장 만만한 과녁인 습관에 내려앉는 구조다. 처방은 세 가지다. 습관 지적 전에 서운함의 잔고부터 점검해 대화 주제로 올리고, 그래도 거슬리는 것은 행동 단위로 하나만 요청하고, 좋았던 습관 하나를 소리 내어 되살린다. 지적 목록이 계속 길어진다면 부부상담에서 쌓인 마음을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던 소리
저녁 식탁. 남토가 국그릇을 들고 후룩, 소리를 냈다. 십 년을 들어 온 소리였다. 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았고, 그제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여토의 어깨가 움찔했다.
"...꼭 그렇게 소리 내면서 먹어야 해?"
"어? 나 원래 이렇게 먹잖아."
"그러니까. 원래 그런 게 문제라고."
말해 놓고 여토도 놀랐다. 내가 왜 이러지. 국 마시는 소리가 뭐라고.
여토와 남토는 상담실의 수많은 부부를 모아 만든 앤토 부부예요. 배우자의 오래된 습관이 어느 날 갑자기 미워지는 경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조용히 겪고 있습니다.
십 년 된 습관이 왜 갑자기 미워질까?
습관은 어제와 오늘이 같았어요. 변한 건 소리가 아니라 듣는 마음입니다.
상담실 메모. 배우자의 습관은 관계의 리트머스 종이입니다. 마음의 잔고가 넉넉할 때 그 습관은 "저 사람답네"로 읽히고, 잔고가 바닥일 때 같은 습관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 증거"로 재판정돼요. 습관이 미워지기 시작했다면, 점검할 것은 습관이 아니라 잔고입니다.
거슬림에는 순서가 있어요. 서운함이 먼저 쌓이고, 그다음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말하지 못한 서운함은 갈 곳이 없어서, 가장 만만한 과녁인 오래된 습관에 내려앉아요. 국 소리, 다리 떨기, 양말 뒤집어 벗기. 과녁이 사소할수록 화살이 많이 꽂힌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습관 전쟁으로 가기 전에 확인할 것
습관을 지적하기 시작하면 목록은 끝없이 길어집니다. 그 전에 확인할 것들이 있어요.
- 이 습관이 언제부터 거슬렸는지. 시점이 있다면 그 무렵 다른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 요즘 상대에게 서운한 것을 세 개 적을 수 있는지. 술술 적힌다면 과녁은 습관이 아닙니다
- 반대로 상대가 요즘 나를 챙겨 준 것을 세 개 적을 수 있는지. 이게 어렵다면 잔고가 진짜 바닥이에요
혐오감의 색이 짙어지는 것을 관계 악화의 신호로 보는 시각은 부부 연구에서 오래된 관찰입니다(짜증과 분노의 심리를 다룬 미국심리학회 자료 참고). 다만 순서를 기억하세요. 습관이 관계를 망치는 게 아니라, 관계의 잔고가 습관의 색을 바꿉니다. 서운함이 쌓이는 구조는 화해 없이 넘어가는 부부 이야기와도 이어져 있어요.
리트머스가 붉어졌을 때의 세 가지 처방
그 주말, 여토는 국 소리 얘기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나 요즘 당신한테 서운한 게 쌓였었나 봐. 국 소리가 미워지는 거 보니까."
"국 소리가... 뭐라고?"
"그니까.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야. 우리 얘기 좀 하자."

- 습관을 고치라고 하기 전에 잔고부터 점검하세요. 요즘 서운했던 일을 혼자 적어 보고, 그중 제일 큰 것 하나를 대화 주제로 올리는 겁니다. 잔고가 차오르면 국 소리는 신기하게도 다시 배경음이 됩니다.
- 그래도 거슬리는 건 행동 단위로 하나만 요청하세요. "너는 왜 맨날"이 아니라 "국은 좀 조용히 먹어 주면 좋겠어" 하나로요. 사람 전체가 아니라 행동 하나를 겨냥하면, 상대도 사람 전체로 방어하지 않습니다.
- 좋았던 습관 하나를 소리 내어 되살리세요. 미운 습관의 반대편에는 좋아했던 습관들이 있어요. 웃음소리, 운전할 때 내 쪽 햇빛 가려 주던 손. 그중 하나를 "나 그거 좋아했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리트머스는 반대 방향으로도 물듭니다.
십 년 된 습관은 아마 앞으로 십 년도 그대로일 거예요. 바꿀 수 있는 건 그 습관이 도착하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오늘 저녁 그 소리가 또 들리면, 소리 말고 이번 주의 서운함을 세어 보세요. 리트머스가 가리키는 건 언제나 용액 쪽이니까요.
이런 신호가 보인다면. 배우자의 사소한 습관들이 줄줄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지적할 목록이 자꾸 길어진다. 습관이 아니라 쌓인 마음을 다룰 때라는 신호예요. 부부상담에서 우리 부부의 잔고 채우기 →
감수 · 이인수 심리상담연구소 앤아더라이프 대표
- (전)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 회장
- (전) 한국가족치료학회 자격관리위원장 · (전) 상명대학교 복지상담대학원 가족상담치료학과 교수
- University of Pennsylvania 임상사회복지 석사(MSW) · 경희대학교 가족상담 전공 박사
- 서울가정법원 가사상담위원 · 『가계도: 사정 및 평가』 『보웬이론의 비밀』 등 저·역서 다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황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