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부부, 떨어져 사는 동안 멀어지지 않으려면: 시기별로 생기는 일과 부부상담
이 글의 핵심
기러기 부부는 자녀 교육이나 일 때문에 부부가 서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사는 가족입니다. 떨어져 사는 결정 자체보다, 시차와 거리 때문에 대화가 아이와 돈 이야기 위주의 보고로 바뀌고 역할이 굳어지는 것이 관계를 멀어지게 합니다. 이 글은 떠나기 전부터 다시 합칠 때까지 시기별로 생기는 일, 기러기 부부 이혼율보다 먼저 볼 위험 신호, 떨어져 있는 동안 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서로 다른 나라에서 각자 접속해 받는 화상 부부상담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는데, 통화를 끊고 나면 오히려 더 외롭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이 성적과 학원비, 다음 방학 일정까지 할 이야기는 다 했는데, 정작 서로의 하루는 묻지 않은 채 하루가 끝납니다. 기러기 부부는 자녀 교육이나 일 때문에 부부가 서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말합니다. 흔히 한 사람이 자녀와 함께 해외에 머물고, 다른 한 사람이 한국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내는 형태입니다.
떨어져 사는 결정 자체가 관계를 망가뜨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리와 시차가 부부의 대화 방식을 조용히 바꿔 놓고, 그 변화는 다시 함께 살게 되었을 때 한꺼번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기러기 부부가 시기별로 흔히 겪는 일, 떨어져 있는 동안 해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나라에 있어도 부부상담을 받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기러기 부부의 관계
상담에서 만나는 기러기 부부의 고민은 시기에 따라 결이 다릅니다. 지금 어느 시기에 있는지 알면,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 시기 | 흔히 생기는 일 | 놓치기 쉬운 것 |
|---|---|---|
| 떠나기 전 | 아이 교육이라는 목표에 둘 다 집중한다 | 언제까지, 어떤 조건이면 다시 합칠지 정하지 않는다 |
| 떨어져 사는 동안 | 통화가 아이와 돈 이야기 위주의 '보고'가 된다 | 서로의 외로움과 고생을 말할 자리가 사라진다 |
| 방학·휴가로 잠깐 만날 때 | 처음 며칠은 좋다가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툰다 | 짧은 만남에 쌓인 기대가 너무 크다 |
| 다시 합칠 때 | 함께 사는데 오히려 더 자주 싸운다 | 각자 만든 생활 방식과 결정 방식이 부딪힌다 |
표의 마지막 줄을 의외로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몇 년을 기다려 다시 함께 살게 되었는데 왜 더 힘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해외에 있던 쪽은 혼자 아이를 키우며 모든 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해지고, 한국에 있던 쪽은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집니다. 다시 합치는 순간, 두 개의 생활이 하나의 집 안에서 부딪히는 것입니다.
떨어져 사는 동안 대화가 '보고'로 바뀌는 이유
시차가 큰 곳에 떨어져 살면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정해져 있습니다. 한쪽은 출근 전, 다른 쪽은 아이를 재운 뒤처럼 서로 지친 시간에 통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일이 많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정과 돈, 아이 소식을 전하는 보고가 됩니다.
보고형 대화가 길어지면 역할도 굳어집니다. 한 사람은 '돈 버는 사람', 다른 사람은 '혼자 키우는 사람'이 되고, 서로의 고생을 이해하기보다 비교하게 됩니다. "나는 혼자 여기서 다 하는데"와 "나는 혼자 거기 돈 다 대는데"가 맞서면, 누구도 자기 외로움을 말하지 못합니다.
상대에 대한 의심도 이 공백에서 자랄 수 있습니다. 기러기 부부의 외도를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상담에서 만나는 불안 중에는 확인된 일이 없는데도 서로의 일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커진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몇 시에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불안이 먼저 듭니다. 이때 위치 공유나 확인 전화를 한 사람이 요구해 늘리면 잠깐 안심이 되지만, 감시받는다는 느낌이 쌓여 관계는 더 팽팽해질 수 있습니다. 서로를 확인하는 방법을 쓰고 싶다면 두 사람이 이유와 기간을 함께 정하고, 어느 한쪽이 원하면 언제든 멈출 수 있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러기 부부 이혼율, 숫자보다 먼저 볼 것
기러기 부부의 이혼율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혼 통계는 거주 형태를 기러기 가족으로 따로 분류하지 않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공식 수치가 제한적이고, 떨어져 산 기간이나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숫자보다 지금 두 사람 사이에 아래 신호가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 더 쓸모 있습니다.
- 통화 내용의 대부분이 아이와 돈, 일정 이야기다
- 상대가 요즘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른다
- 다시 합칠 시점을 꺼내면 둘 중 한 사람이 화제를 돌린다
- 만나면 며칠은 좋다가 같은 문제로 크게 다툰다
- 한 사람이 '희생'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 연락이 조금만 늦어도 의심이 먼저 든다
두세 가지 이상이 겹친다면, 거리가 문제라기보다 거리 때문에 미뤄 둔 대화가 쌓였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관계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다룰 이야기가 생겼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 보고 통화와 부부 통화를 나눕니다. 아이 소식과 돈 이야기를 하는 통화와 별도로,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 없이 두 사람만 이야기하는 시간을 정합니다. 해결할 의제 없이 "이번 주에 뭐가 제일 힘들었어"로 시작해 보세요.
- 시차를 한 사람만 감당하지 않게 합니다. 늘 한쪽이 새벽이나 밤늦게 맞추고 있다면, 통화 시간을 번갈아 정합니다. 누가 더 맞춰 주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 쌓입니다.
- 돈과 결정의 규칙을 미리 정합니다. 얼마까지는 혼자 결정해도 되는지, 아이 진로처럼 함께 정할 일은 무엇인지 정해 두면 "왜 나한테 묻지 않았어"라는 다툼이 줄어듭니다.
- 기한과 다시 이야기할 시점을 정합니다.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처럼 막연한 기한보다, 1년에 한 번은 지금의 생활을 계속할지 다시 이야기하는 날을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 다시 합치기 전에 연습합니다. 방학이나 휴가로 함께 지낼 때 집안일과 아이 일을 다시 나눠 보면, 합친 뒤에 부딪힐 지점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 있어도 부부상담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습니다. 화상 부부상담은 두 사람이 각자 있는 곳에서 같은 화상 상담실에 접속해 진행합니다. 한 사람은 서울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은 밴쿠버의 집에서 들어와 같은 화면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시차는 정해진 슬롯에 맞추기보다 두 사람 모두 가능한 시간을 찾아 정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의 오전은 캐나다 서부의 전날 저녁입니다.
상담을 시작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 한 사람이 먼저 시작하기: 배우자가 아직 상담을 원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먼저 개인상담으로 지금의 상황과 자신의 반응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준비가 되면 부부상담으로 넘어갑니다.
- 한국에 머무는 기간에 시작해 화상으로 이어가기: 방학이나 휴가로 한국에 들어온 기간에 상담실에서 먼저 만나고, 해외로 돌아간 뒤에는 화상으로 이어갑니다.
- 처음부터 각자의 자리에서 화상으로: 두 사람 모두 해외에 있거나 일정이 맞지 않으면 첫 회기부터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앤아더라이프에서도 아이들 유학으로 캐나다와 한국에 떨어져 사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아내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상담을 시작하고, 캐나다로 돌아간 뒤에도 화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런 부부에게 상담에서 자주 다루는 것은 떨어져 사는 동안 굳어진 역할, 각자의 원가족에서 배운 '좋은 남편, 좋은 아내'의 기준, 그리고 다시 합친 뒤의 생활을 어떻게 나눌지입니다.
다만 폭력이나 위협, 심한 통제가 있는 관계라면 부부가 함께 하는 상담보다 각자의 안전을 먼저 다루는 개인상담이 우선입니다. 상대가 휴대전화나 메일을 확인하는 관계라면 상담 링크와 연락 기록이 노출되지 않는 방법부터 상담사와 정하세요.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면 상담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아래 번호로 먼저 연락하세요.
- 한국에 있다면: 112(경찰), 1366(여성긴급전화, 24시간), 109(자살예방 상담, 24시간)
- 미국·캐나다: 911, 위기 상담 988
- 영국: 999 / 호주: 000 / 유럽 대부분: 112
- 해외에서 한국어 도움이 급할 때: 외교부 영사콜센터 +82-2-3210-0404(24시간)
기러기 부부가 상담처를 고를 때 확인할 것
- 서로 다른 나라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접속하는 부부상담을 해 본 곳인가
- 상담 시간을 한국 시간이 아니라 두 사람의 현지 시간 기준으로 협의해 주는가
- 부부·가족상담을 깊이 수련한 상담사가 맡는가
- 해외에 있는 쪽이 위급할 때 현지에서 연락할 곳을 함께 확인하는가
- 해외에서 결제하는 방법을 미리 안내하는가
해외에 계신 분이 한국 상담사와 화상으로 상담할 때의 비용과 시차는 해외 거주 한인 화상 심리상담 비용에 정리했고, 미국에 계시다면 미국에서 한국어로 심리상담 받는 법에서 현지 상담과 한국 상담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첫 화상 회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부부 화상 상담 첫회기를 참고하세요.
앤아더라이프는 미국에서 부부·가족치료를 수련한 이인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과 해외로 떨어져 사는 부부와 가족을 화상으로 만납니다. 진행 방식과 문의 방법은 해외·장거리 비대면상담 안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기러기 부부의 시간은 아이를 위한 시간이면서, 두 사람이 각자 혼자 버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미뤄 둔 대화는 사라지지 않고, 다시 함께 살게 될 때 돌아옵니다. 거리가 있는 지금, 일주일에 한 번 서로의 하루를 묻는 것부터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장애숙